빅토리 노트
🔖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 작지만 단단한 바위섬이 하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. 나는 ‘빅토리 노트‘를 펴볼 때마다 나의 태어남을 기뻐하고, 작고 연약한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보듬어준 누군가가 세상에 있었음을 문장으로 확인할 수 있다. 해마다 더욱 누렇게 바래어가는 종잇장 사이에서 인생의 비밀은 더욱 값지게 숙성되어 가는 듯하다.
🔖 “쾌활하고, 적극적이고, 고집쟁이고, 귀엽고, 착하고, 예쁘다.” 위에 저렇게 패악질을 부리고 난장판을 만든 나의 만행을 다 서술한 뒤 ˝착하고, 예쁘다˝로 끝나다니? 누군가는 습관적으로 쓴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, 나의 엄마는 습관적이고 인사치레 같은 말을 안하는 분이다. 종종 서운할 정도로 가차 없다. 오냐오냐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다. 이 일기에서도 엄마는 『난중일기』풍의 문체로 사실들만 간명하게 썼기 때문에 엄마가 실제로 저 모든 행패에도 불구하고 나를 착하고 예쁘게 보았던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.